작성일 : 14-01-06 10:11
[55호] 편집위 생각? - 천사의 몫은?
 글쓴이 : 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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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몫은?

“꿇어라,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얼마 전 언론을 들끓게 했던 일명 ‘패륜 동영상’에 나오는 말이다. 팔을 들고 손바닥을 펴서 어깨아래에 위치한 후 소리친다.
이들은 인기 웹툰 <노블레스>의 한 장면을 따라했다고 한다. 웹툰 <노블레스>는 2007년 12월 30일부터 인터넷에 게재되기 시작한 손제호, 이광수의 작품이다. 중세 뱀파이어 전설을 차용하여 초자연적 존재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노블레스’는 귀족을 보호하고 처벌할 수 있는 존재다. ‘노블레스’들은 여러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중 정신지배 능력은 정신을 지배한 상대방을 마음대로 지배하고 조종한다. 그런데 이들은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생명력을 쓰게 된다.
어쩌면 이들은 내가 어릴 적 꿈꾸었던 ‘슈퍼맨’을 꿈꾼 것은 아닐까? 천을 목에 두르고 한쪽 팔을 앞으로 쭉 뻗어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 창틀에서 뛰어내렸듯이 이들은 잠시나마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얼마 전 개봉한 영국영화 ‘엔젤스 셰어’(The Angel’s Share·감독 켄 로치)의 등장인물들은 일명 ‘루저’로 낙인찍힌 문제아들이다. 로비는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고, 아빠가 되자 달라지려 하지만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 더구나 얼굴에 난 칼자국 때문에 취업도 안된다. 그러다 친구들과 폭력과 절도 등으로 잡히게 되고, 감옥에 가는 대신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로비는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봉사 교육관 해리를 만나 자신이 뛰어난 미각과 후각의 소유자라는 특별한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77세의 노장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루저’ 청년세대에 대한 신뢰와 포용력, 애정을 강조한다. ‘엔젤스 셰어’는 ‘천사의 몫’이란 의미다. 위스키를 오크통에 보관해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해마다 2∼3%씩 자연 증발하는 분량을 가리킨다.
여론에 의해 ‘패륜’(悖倫)의 낙인이 찍힌 두 학생에 대해 해당 학교는 3일간 등교정지와 함께 전학결정을 내리고, 전학 거부시 퇴학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철없는 학생들의 과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점차 가혹한 쪽으로 내몰고 있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처리과정에서 ‘인성교육’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 인간이 주위 세계와 상호 작용을 하면서 이에 적응하고 학습하는 과정’ 즉 ‘사회화과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람다운 사람’ 즉 인성교육이야말로 학교교육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그런데 정작 교육당국의 모습 속에서는 모래알만큼의 신뢰와 포용력이 보여지지 않는다. 사람의 성품을 뜻하는 인성을 교육하는 과정이 비난과 처벌로만 나타난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은 아직 숙성중인 미완(未完)의 위스키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