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4-25 15:32
[53호] 회원글 - 과속과태료 고지서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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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과태료 고지서

김창원 l 회원


며칠 전 아내가 “에이 씨! 딱 걸렸네, 딱 걸렸어!”라며 한마디 툭 던지며 과속 과태로 고지서를 내보인다. 80km/h 구간에서 95km/h로 주행한 것이다.
지난 설 명절 이전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 부탁하신 물건을 구하러 언양으로 가던 길에 과속을 한 것이다.
“4만원이면 우리 집 며칠 밥값인데~~~”
과속 벌금이 바로 가족의 의식주 문제와 연결된다.

안시 반요끼 (핀란드. 노키아 부회장 ) ; 50km/h 구간에서 75km/h로 주행, 벌금 11만 6천유로(약 1억8천만원).
야꼬 륏솔라 (핀란드. 인터넷 벤처 사업가) : 속도위반 적발 2회. 벌금 8만5천유로(약 1억2천만원).
유씨 살로노야(핀란드. 육가공식품업체 상속자) ; 40km/h 구간에서 80km/h로 주행. 벌금 17만 유로 (약 2억 6천만원)
Piia-Noora Kauppi (핀란드. 여성정치가. 전 유럽연합의회 의원) ; 제한속도 100km 구간에서 168km로 주행. 벌금 금액 7740유로 (약 1150만원)

핀란드에서는 그 사람의 정확한 신원만 알면 누구든지 그 사람의 소득 상황을 알 수 있다. 교통경찰관은 교통법규 위반 즉시 위반자의 소득상황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범칙금을 매긴다. 소득과 자산, 자녀의 수 등에 따라 벌과금이 책정되는 ‘일수벌금제도’를 적용해서...

대한민국에서는 핀란드식의 ‘일수벌과금 제도’를 차별로 본다. 그래서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동등한 수준의 처벌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를 ‘평등’이라고 한다.

사람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그 선을 넘나든다. 일정정도의 벌금을 감당할 수준의 고소득자는 법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한다. ‘돈으로 떼우는 것’이다.
법은 준엄하다. 그리고 정의롭다. 만인에게 평등하다.
그래서 그 사람의 지위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우한다. 월 100만원의 소득자도 과속벌금 4만원, 월 1000만원의 소득자도 과속벌금 4만원!
월 100만원의 소득자는 4만원의 고지서를 받아들고 끼니를 걱정하고....
월 1000만원의 소득자는 4만원의 고지서를 받아들고 그저 하나 끊겼네 하며 씩 웃는다.

씁쓸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만약에 벌금이 누군가에게 적은 액수이면 교통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며 과속벌금 14일분 급여를 적용하던 핀란드 교통경찰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