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10 12:07
[45호] ‘푸르르게 아픈 5월’ 그들을 잊지맙시다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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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석 한 l 편집위원

강풀이라는 만화가가 있다. 본명은 강도영. 2000년대 초기 자신의 홈페이지에 배설물과 구토 사건을 다루는 재기발랄한 만화를 그리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강풀은 그의 홈페이지 이름이며 별명이기도 했다.
작은 컷의 만화를 신문지상에 연재하며 유명해졌지만 온라인 포털 다음에 연재를 시작하며 대형 만화가가 된다.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타이밍', ‘어게인',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여러 작품들이 연재가 되자마자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그의 작품은 만화에서만 머물지 않고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됐다. ‘아파트'나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이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다. 강풀의 작품에서 대표작 중 하나인 ‘26년'이 오늘 소개할 작품이다.

‘26년'은 2006년도에 발표된 작품으로 광주 민주화 항쟁을 주제로 한 것이다. 강도영이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강풀이 만화를 그리게 된 것은 대학을 다닐 때 걸개그림을 그리고 학교 민주화에 대한 만화를 그리면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에도 연재를 했고 이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만화가를 규합하여 릴레이 만화를 발표해 왔기 때문에 그가 광주를 만화로 옮기겠다고 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26년이 흘러 만나게 된다. 그들을 모이게 한 것은 항쟁 당시 진압군으로 시민을 죽였던 기억으로 26년을 고통으로 산 한 기업의 회장이다.

그렇게 같은 사건으로 고통을 겪은 이들이 모여 하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자신들이 26년 당한 고통을 안겨준 바로 그 원흉, ‘그 분'을 암살하는 것이다. 사격선수였던 이는 총으로, 조각가인 한 사람은 ‘그 분'의 흉상 안에 폭탄을 심어서, 광주 지역 건달인 사람은 조직을 풀어서, 현직 경찰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기업가인 회장은 자신의 돈을 이용하여 암살을 시작한다.

박정희가 79년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의 총에 맞아 죽자 권좌에 오른 신군부의 두목인 전두환은 95년 내란죄, 반란죄 등으로 그 죄값을 치르기 위해 구속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이후 무기형으로 감해졌지만 97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포괄적 뇌물죄로 2000억원 이상의 돈을 추징당해야 하지만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며 버티고 있고 아직도 그는 ‘각하'의 체면에 맞게 검은색 대형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골프도 치고 정치에 한 마디 훈수도 하시며 호화롭게 살고 계시다. 광주 항쟁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고 아직까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26년'도 영화화가 진행된바 있다. 지난 2008년 크랭크인을 앞두고 정권교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투자가 철회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이에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지난 3월 26일부터 영화 제작비 마련을 위한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을 실시, 1차 마감이었던 4월 20일 이후 후원자들의 요청에 따라 5월 31일까지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다수 사람들이 특정 프로젝트에 소액을 기부, 후원해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으로 마감이 끝난 5월 31일까지 8000명이 조금 모자라게 참여해 모인 금액은 총 3억 8천여 만 원. 굿펀딩(http://www.goodfunding.net) 당초 목표액이었던 10억의 3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청어람 측은 "목표액인 10억을 마중물 삼아 50여 억 원의 제작비를 모두 충당한다기보다 예비 관객들이 보이는 선의의 관심이 투자사나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반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개미투자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8일을 전후해 3일 간 400여명 이상이 참여, 총 모금액의 2%가 늘어나는 '518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더불어 SNS를 비롯한 인터넷 상의 응원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프게 푸르른 5월'을 기억하는 우리들. 이 영화는 꼭 개봉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