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11-07 10:49
[118호] 시선 하나 -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한 생각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5,651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에 대한 생각

최성호


청소년의 강력범죄로 촉발된 ‘소년법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로 국민적 공분을 산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끔찍한 폭력사건과 잔혹범죄도 10대들이 저질러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은 피해 당사자의 지인을 통해 그 피해를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개하여 누리꾼 사이에 빠르게 전파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 갔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소년법 폐지' 청원이 올라와 두 달 동안 3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참여했고, 이 청원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후에도 소년법 개정 및 폐지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계속 국민청원 게시판에 쏟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소년법 개정안은 무려 20건이 넘는다.

이러한 소년법 논쟁의 핵심은 현재 만 14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1) 연령을 낮출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소년범죄가 저연령화·흉포화하고 있어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 강하게 처벌하자는 주장2)과 연령만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제도적·정책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3)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 및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최근 언론에서 형사미성년자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입장은 소년의 건전한 교화와 사회복귀라는 소년법의 이념과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가해자 엄벌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또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것이 아동인권에 관한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UN 아동인권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40조에 근거하여 당사국에 대해 형법위반능력이 없다고 추정되는 최저연령의 설정을 촉구해왔다. 특히 12세 이하로 형사책임 연령을 인하한 국가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연령의 상향조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 그리고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통해 형사처벌 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게 되면 어린 소년범에 대한 낙인효과가 확대되어 소년의 사회화가 더욱 어려워지게 되고 시설 내 수용에 따른 범죄 학습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연령 하향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소년법 개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소년범에 대한 사회 일각의 처벌 만능주의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리고 소년 범죄 예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정4),학교, 끝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최성호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회원입니다.


1)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을 촉법소년이라고 하는데,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2)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016년 9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이후 촉법소년 범죄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년간 ‘강력범죄’에 연루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의 수는 전국적으로 총 1천674명이다. 2012년 336명(20.1%), 2013년 353명(21.1%), 2014년 378명(22.6%), 2015년 318명(19.0%), 2016년 8월 말 289명(17.3%)으로 해마다 300명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같은 기간 강력범죄를 포함한 전체 촉법소년범(4만1천441명) 가운데 70.9%에 달하는 2만9천374명이 만 13세였으며 만12세(8천346명, 20.1%), 만11세(2천555명, 6.2%), 만10세(1천166명, 2.8%) 순이었다.
3)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검찰에서 사건 처리된 전체 소년범죄자 중 14세 미만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에는 2.8%, 2009년에는 1.8%, 2010년에는 0.4%, 2011년에는 0.4%, 2012년에는 0.8%, 2013년에는 0.5%, 2014년에는 0.04%, 2015년에는 0.1%, 2016년에는 0.1%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거나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구체적 통계를 제시했다.
4)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년범에 대해서 (책임을) 전적으로 묻지 않을 거면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