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6-28 14:06
[114호] 인권포커스 - 노동계에서 본 최저임금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6,598  

올해 내가 만난 최저임금 노동자

김덕종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 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 노동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려고 하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한 편법과 꼼수 사례 등이 많았다.

# 대학가 앞 식당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근무시간이 아침10시~저녁10시까지 인데 임금계산이 틀리다는 상담이었다. 근로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4시간이 휴게시간으로 잡혀 있었다.
[00노동자]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이 있지만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손님맞이해야 하는데 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 나머진 무료 노동을 하는 거네요.

# 아파트 경비노동자 감시?단속적 노동자로 최저임금 적용 예외이다가, 2015년부터 최저임금 100%를 적용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경비노동자의 무급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탈법적인 행위가 만연?확대되고 있다. 울산 북구지역 100개 아파트 조사결과 휴게시간은 4시간부터 9시간까지로 천차만별이었다. 경비노동자들은 휴게시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초소에 머무르기 때문에 휴게시간에도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00노동자]
“무조건 휴게시간을 늘려요. 돈을 덜 주기 위해서, 최저임금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휴게시간을 엄청 줘버리고 월급은 전혀 오르지 않아요. 관리비 인상분에 플러스 안 되게끔. 휴게시간으로 조절을 하는 거예요. 최저임금 오르고 노동자들은 나아진 거 없어. 휴게시간 만 더 주지. 9시간 휴게시간 줬으면 그냥 보내주던가 시간에 맞춰서 나오라고 하든가 이게 무슨 휴게시간입니까. 할 일 다 하는데......”

# 아파트 청소노동자 청소구역이나 면적은 그대로 인데 대부분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최저임금 임금인상 효과는 없고 노동 강도만 강화 된 셈이다.

저희 센터에 찾아온 청소노동자의 경우 근무시간 단축으로 심지어 작년에 받던 임금보다도 더 적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2017년 근무시간은 주 38시간이었는데 올해는 주3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이분은 2017년에 월임금은 1,281,060원(198시간×6,470원) 올해 월임금은 1,146,600원(156시간×7,350원)으로 시급은 인상 되었지만 작년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었다.
[00노동자]
“근무지와 집이 가깝고, 다른 아파트로 옮기면 근속기간 인정이 안 되니 아까워 참고 다니고 있는데 말도 못하고 참 억울하고 분노스럽죠. 언론에선 역대 최고의 최저임금인상이라고 떠드는데 내 임금은 삭감 됐으니, 근무시간이 줄었으니 좋은 거 아니냐? 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 월급으로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살림 꾸려나가기 정말 어렵습니다. 앞으로 최저임금 오를 때 마다 이런 방식을 취하고 확대 될 거 같은데 근무시간을 여기서 더 줄이면 시간 내 청소하기 정말 힘들어요.”

# 올 초 상여금 600% 적용 받는 대기업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찾아 왔다. 그동안 회사에서 별짓을 다해도 참고 다녔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사장님이 상여금 300%를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하며 임금 총액은 변함없이 상여금 300%를 기본급화 하자는 것이 아니냐구? 되물었다. 사장님은 일방적으로 삭감 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사업장은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장이지만, 노사협의회도 없었고, 노동조합은 당연 없었다. 고용이 중해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칼만 안든 강도수법이었다. 원청의 기성비로 버텨내려면 사장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00노동자]
“수년 동안 이 회사에 눈감고 조용히 다녔습니다. 연차휴가 강제 소진, 무급휴업, 동료들의 이유 없는 해고 등 온갖 불법이 난무해도 상여금이 있으니까.”

나는 상담을 하면서 “일방적인 상여금 삭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으로 버텨라. 동의란 보고나 통보가 아닌 노동자들의 집단적 논의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강조했다. 며칠 후 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장님이 전체를 모아 놓고 몇 차례 훈시를 해도 안 통하니, 이제는 개별 면담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개별적인 면담을 하면 노동자들이 약해질 텐데 어쩌죠? 이후에도 똑 같은 상황으로 상여금 300% 삭감통보에 찾아온 다른 사업장의 하청 노동자들이 또 있었다. 사업장에 돌아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겠다고 하니, 회사에서 상여금 300%삭감을 철회 했다고 한다.

올 초 고용노동부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안착시키기 위해 전 지방관서에 ?최저임금 신고센터?를 설치하여 불법?편법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사례 등을 접수받아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난 절박한 심정으로 울산고용지청 ?최저임금 신고센터?에 전화를 해 봤다. 요지는 지청에 방문해 접수하고 실제로 임금의 손실이 있거나 위법 피해사례를 입증할 수 있어야 조사가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이는 벌어지고 있는 사업주의 편법적용 강요나 협박을 막아내고 중단 시키는 데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지난 5월 28일 국회가 통과시킨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단계적으로 포함한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이 개정 되었다. 더구나 취업규칙을 노동자 의견청취만으로 불이익변경 할 수 있게 개악해 상여금 쪼개기 까지 보장했다.
위 상담사례에서 드러나듯이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개정해 사용자들의 꼼수를 용인해 줬다는 노동계 비판이 사실인 것이다. 내가 접해본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지급되고 있는 노동자들은 그나마 대기업의 2,3차 하청 생산직 노동자들이었다. 사무직의 경우 연봉제화 되면서 상여금이나 수당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이번 결정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더욱 하향평준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어렵지 않게 2020년까지 1만원의 최저임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밑장 빼기식의 최저임금인상에 대해 단속하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인 나라에서 나머지 저항할 수 없는 노동자들에겐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지고 상실감은 더욱 커진다. 최저임금제도의 기능인 소득불평등 해소는 어떻게? 진정한 노동존중사회는 멀게만 느껴진다.


※ 김덕종님은 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상담실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