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2-29 14:32
[108호] 시선 둘 - 구속적부심에 대한 소고
 글쓴이 : 사무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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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적부심에 대한 소고

이영환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되었다가 11일 만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통해서 석방되었다. 이 일을 놓고 말이 많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우리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동조 3항과 6항에서는 영장주의를 밝히고 있다.
헌법 제12조 ③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⑥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적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 조항은 제13조(죄형법정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의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적인 조항이다. 그리고 형사소송법은 이 헌법 규정을 더 세밀하게 가다듬는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 ① 법원은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다.
1.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2.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3.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② 법원은 제1항의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최근 이들 조항이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의 구속 여부를 놓고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보는 각도에 따라 사뭇 다르다.

음모론의 시각은 이렇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감히 구속적부심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구속적부심은 사실상 구속의 타당성 여부를 다시 한 번 심사하는 것이어서 이를 받아들여 인용할 경우에는 영장발부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므로 사정변경이 없는 한 쉽사리 인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의 경험담이다. ‘그동안의 오랜 경험에 비춰보더라도 폭행사건이나 사기사건 등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구속 후 합의를 하는 등의 사정변경이 없는 한 적부심을 통하여 석방되었던 예를 보지 못하였다. 더욱이 무죄를 주장하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의 경우 방어권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적부심을 청구하였지만 여지없이 구속적부심이 기각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나 그 가족이 구속된 후 적부심을 청구하자고 말하면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말린다. 오히려 재판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이다.’

법을 제대로 해석했다는 시각도 있다.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와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와 재판 또한 원칙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구속은 예외적으로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서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98조 제1항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명문화하였다.
논란은 있지만, 신○○ 수석부장판사는 김 전 장관이 신청한 구속적부심사 신청을 인용(석방)하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장전담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인 (군형법상)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힌 구속 필요 사유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신 부장판사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이러한 신부장판사의 결정이 대부분의 국민법감정에 배치된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죄가 무거운 범죄인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아온 수사의 관행을 반성할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 결정은 그런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는 역설적이게도 형사 사법(司法)의 발전으로 기능할 수 있겠다. 물론 국민의 통제와 감시가 전제되어야하겠지만.

※ 이영환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운영위원, 편집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