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05 13:17
[101호] 시선 둘 - 인권교육강사양성과정을 마치며...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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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강사양성과정을 마치며...

김문화


사람은 역시 친구를 잘 둬야 하나보다. 육아에 지쳐있는 나에게 고등학교 동아리 친구로부터 문득 반가운 문자가 한통 날아왔다. 인권교육강사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문자였다. 지금 안하면 못 듣는다 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다고 했다.
이유는 인권이라는 주제가 너무 끌렸고 육아에 지쳐있던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줄 것 같아서였다. 문자를 보내준 친구로부터 이렇게 빨리 대답해줄지 몰랐다는 얘기가 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어디서 하냐, 애 엄마도 할 수 있는 거 맞긴 하냐, 누가 하냐, 몇 시에 하냐? 등등 물어보기 시작했다. 밤에 나가야했기에 신랑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했는데 신랑도 주제를 듣고선 바로 오케이 해주었다. 그렇게 난 친구 덕에 인권교육강사 양성과정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강의 첫날 출산을 하고 처음으로 신선한 저녁공기를 마시며 홀몸으로 강의를 들었다.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과 함께 했지만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정말 오랜만에 불타는 학구열을 첫날 맨 앞자리에 앉아 불태웠다. 그런데 수업 내용은 만만치가 않았다.

인권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유능한 강사님들을 통해 나의 인권감수성은 예민할 대로 예민해졌지만 마음만 불탄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까지 많은 분들의 피와 수고가 있었듯이 대한민국에 인권을 이야기하고 인권이 사회 전반적으로 잘 지켜지도록 하려면 막중한 소명의식이 없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어깨가 무거워지고 마음도 무거워졌다.

강의 몇 번 들어서 인권교육 강사를 한다고 나서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 사람의 의식을 일깨워주기까지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연 내가 교육 받으면서 느꼈던 이 감수성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 양심을 속이지 않으면서 소신 있게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아마 이 부분은 평생토록 해야 할 숙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로 인권교육 강사가 되는 것이 이 숙제를 푸는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강의 첫날 대표님이 하신 말씀 중에 인권교육자체가 인권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인권을 온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인권을 먼저 알아야한다. 아직 다 알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나눠줄 수 있도록 훗날 인권활동가로서 활약하고 있을 멋진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동안 8개월 된 딸아이를 안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온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교육 중에 아프지 않고 엄마가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함께해준 우리 딸에게 고맙고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신랑에게 감사하고 이 모든 교육을 준비하시고 지도해주신 많은 선배 강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함께한 동기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끝까지 함께 공부하고 저희 딸의 옹알이를 웃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밝힐 동지가 있다고 생각되어 많은 힘이 된다. 인권교육이 필요 없어지는 그날까지 함께하길 소망한다.

※ 김문화 님은 3기 인권교육강사양성과정 수강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