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3-31 15:32
[99호] 여는 글 -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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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국민통합의 길

정찬모


지난 해 연말부터 전 국민들을 분노의 도가니 속에 빠뜨린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사건은 대통령이 파면된 이 상황에서도 우리를 여전히 분노케하고 있다. 각 대학의 학생,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고 세계 각국의 교민들도 시국집회를 했었다.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한마디로 분노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특검실시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헌재의 탄핵인용심판, 초유의 대통령 파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 속에서 희망적인 것과 개탄스러운 것을 동시에 보게 되었다.

먼저 희망적인 것부터 언급을 하고자 한다. 전국 주요도시와 서울의 광화문에서 주말 마다 진행된 촛불집회였다. 자발적으로 경비를 부담해가면서 어른, 아이, 유모차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다. 질서정연한 집회였고 집회 후 뒷정리까지 깨끗이 한 세계가 칭찬한 집회였다. 집회에 사용된 도구도 창의성이 뛰어난 것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 때마다 거의 백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음에도 단 한 건의 불상사도 없었다. 외신에서도 변화된 우리의 시위문화에 극찬을 했다. 이번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의 성숙한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조해낸 대한민국의 시민 명예혁명이었다. 평화적이고 단결된 시민의 힘으로 국정을 농 단한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켰다.
이 힘은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와 유사한 정치행태를 용인하고 침묵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벗길 수 있는 큰 희망을 보았다.

한편으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국면도 보아야 했다. 그것이 탄핵반대 집회였다. 탄핵찬성 집회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반대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헌재에서의 변론은 법조인 의 변론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생트집과 탄핵반대 집회에서의 막말과 선동, 과격행동은 극 치를 이루었다. 그들은 평소 정치인의 막말과 선동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다. 시국집회나 노동자들의 파업을 항상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해왔던 당사자들이었다.

이율배반적인 보수 단체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건전한 가치기준도 없는 것 같았다. 오직 진영의 논리만 존재하는 것 같다. 내편이면 모든 것이 옳고 상대편이 면 잘못된 것이었다. 그들의 이런 기준은 대통령이 파면된 지금도 작용되고 있다. 그런 프레임 속에 그들의 대통령을 가두어 놓고 있다. 그들의 숫자가 이제는 국민의 소수이기에 다행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과거청산’과 ‘국민통합’이란 프레임을 두고 대선 후보자들이 어떤 것을 택하느냐? 어느 것이 유리할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다. 아직도 파면된 전 대통령 의 대국민 사과 메시지도 없고, 사저 앞에는 지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전 대통령을 호위 무사했던 현직 정치인들이 자기반성도 없이 전 대통령의 보좌를 자진하여 나서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들까지도 포함해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을까?
국민통합만을 강조할 땐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던 만시지탄의 교훈을 또 되새겨 야 할지 모른다.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은 정권교체를 통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적폐들을 청산하고 성실하고 정직한 국민들이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반칙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긴 안목의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이라고 본다.

※ 정찬모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