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2-10 15:16
[62호] 이달의 도서 -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글쓴이 : 섬균
조회 : 9,236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2
발제 : 최진석

바야흐로 힐링과 치유의 시대다. 그만큼 아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리라. 아닌 게 아니라 상처 혹은 트라우마라는 말은 이제 흔하다 못해 상투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건 힐링이 넘칠수록 상처 또한 더 깊고 다양해진다는 것. 왠지 ‘야릇한’ 공모관계가 느껴지지 않는가. 힐링은 상처를 만들어 내고 또 ‘만들어진 상처들’은 치유의 항목들을 늘려 주는 식으로 말이다. 더 끔찍한 건 이런 배치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으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1부_몸과 우주, 그리고 운명의 비전을 찾아서

근대 과학의 도래와 함께 명리학과 같은 학문들은 졸지에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미신적인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 근대 과학은 명석하고 판명하다. 명석판명해지려면 단일한 요소로 절단, 환원되고, 이분법의 도식화를 고수해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음양오행은 명쾌하지 않다. 끊임없이 변전하기 때문이다. 오행은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정형화된 도식도 불가능하다. 적대적 대립이 아닌 ‘대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맞는 소리다. 음과 양 혹은 오행이라는 다섯 개의 코드로 천변만화를 표현하고 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지금 디지털 문화도 0과 1로 천태만상을 조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이런 담론적 배치하에선 고도의 복잡한 공식이 아니라 만상을 관통하는 운용원리를 터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떻게 ‘절단, 채취’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터이니 말이다. 인생도, 사회도, 우주도.

2부 사주와 팔자 : 8개의 ‘카드’에 담긴 비밀

간지의 순환을 가지고 한 사람의 인생 풀이를 하는 것이 사주명리학이다.


사주란 네 개의 간지(생년/월/일/시), 명리란 운명의 이치라는 뜻이다. 네 개의 기둥을 통해 내 운명의 지도를 그린다는 의미인 것이다.
팔자는 내 안의 우주다. 모든 사람의 팔자는 생극의 동그라미 안에 포섭된다. 상생의 흐름이 부드럽고 매끄럽다면 상극의 노선은 터프하고 역동적이다. 매끄러움과 역동성의 어울림과 맞섬! 이것이 인생이다.
팔자의 동그라미에는 태과와 불급이 넘친다. 그렇게 때문에 모든 팔자는 평등하다! 이것이야말로 우주적 역설이다. 세상의 모든 팔자는 험궂은데, 바로 그렇게 때문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 기막힌 진리! 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어야 비로소 ‘팔자타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팔자는 용법이다. 여덟 개의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운명의 키는 여기에 달려 있다.

3부 육친법과 ‘오이디푸스’

여덟 개의 카드가 지닌 상생과 상극의 흐름은 이제 이 표상과 욕망의 그물 안에 포획된다. 오행 자체의 태과불급에다 표상의 그물이 덧씌워지면서 드디어 팔자의 시공간적 좌표가 포착되기에 이른다. 리듬과 강밀도로 이루어진 오행적 시그널에 그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식의 지도가 오버랩되는 것이다. 명리학적 용어로는 십신과 육친이 바로 그것이다. 십신은 팔자의 생극을 구성하는 열 개의 속성 혹은 벡터로, 일종의 사회적 속성에 대한 명명법이다. 아울러 육친법은 각각의 속성을 구체적인 주체로 호명하는 체계다. 명칭이 친족관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육친이라고 한다. 사주명리학의 클라이맥스이자 최후의 승부처에 해당한다. 운명의 구체적 현장과 그 문턱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명리의 이치를 알게 되면, 일단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보더라도 인연의 그물망 속에서 보게 된다. 인연의 그물망이란 아주 다양한 가치들의 범람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 기존의 가치들이 무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4부 케이스 스터디 : 팔자의 정치경제학

<2014년 2월 인권독서모임 안내>
?일 시 : 2014년 2월 26일(수) 19시
?장 소 : 울산인권운동연대 교육관
?도서명 :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2013
?발 제 : 박영철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