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5:40
[61호] 인권 포커스 - 철도 민영화 한다는데, 안녕들 하십니까?
 글쓴이 : 섬균
조회 : 8,939  

철도 민영화 한다는데, 안녕들 하십니까?




김진석 l 회원



먼저 용어 사용에 대해 ‘민영화’보다는 ‘사영화’가 맞다. 공적재산에 대한 사적인 소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촛불항쟁 이후 ‘민영화’는 그 폐해가 널리 알려져 부정적인 용어가 됐다. 박근혜가 ‘민영화 아니다’고 발뺌하는 이유다. 이 글에서는 대중적으로 쓰여지는 용어인 민영화로 통일해서 쓰도록 하겠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철도노조의 파업이 이 글을 쓰는 17일 현재 1주일을 넘어섰다. 핵심인 KTX 운행도 차질을 빚으며 파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철도공사는 파업 파괴를 위해 무리하게 학생까지 대체인력으로 투입해 15일 승객 사망 사고까지 일어났다. 이는 민변 권영국 변호사가 지적하듯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10일 열린 철도공사 이사회는 매년 수천억 원의 손실을 철도공사에 입힐 수 있는데도 수서발 KTX 법인 분리를 강행처리했고, 정부는 신속히 면허 발급 절차에 착수했다. 철도공사는 15일까지 무려 8565명의 파업참가자들을 직위해제하고 190여 명을 고소했다. 노조 지도부에게는 체포영장이 청구됐다. 17일 경찰은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지도부 체포에 착수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경한 탄압은 사회적 공분을 사고있다. 한 대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파업 지지를 밝히며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자 빠르게 사회적 반향이 일고 있다. 박근혜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철도 파업이 초점을 형성하면서 ‘안녕치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더욱 커진 파업 지지 여론은 철도노동자들이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경한 대응에 굳건히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있다. 필자는 11일과 17일 부산역 앞에서 열린 파업 집회를 참가하며 이 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철도 민영화가 아니다?

16일에는 박근혜까지 나서서 철도 파업을 비난했다. 철도공사와 박근혜는 ‘철도민영화 안한다는데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한다. 정부는 최근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고도 ‘의료 민영화 아니다’고 했다. 이러니 누가 믿을까?
철도노조는 즉시 반박 성명을 내 “국토부가 지난 6월 수립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에는 수서KTX주식회사 설립을 시작으로 지역노선에 대한 민간개방과 화물회사 분리 등 전통적인 철도분할민영화정책을 망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서발 KTX 법인 분리는 민영화의 출발이다. 철도공사가 보유한 지분은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다. 지분 매각 금지는 법적 근거가 없다. 10년 전 KT 민영화 사례에서 2001년과 2002년 사이에 59%의 정부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아버리고 완전한 민영화로 간 것을 기억해야 한다.
KT 민영화 10년의 경험은 철도 민영화의 미래를 보여준다. 4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그 이후 심각한 탄압으로 수십 명이 죽어나갔고, 요금 인하는 없었다.
한편, 철도공사와 박근혜는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경쟁이 가격인하와 서비스질을 향상시킨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인데, 이는 기만이다. 철도산업의 특성 상 경쟁 도입 자체가 부적합하다.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역으로 가서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는 열차를 이용한다. 먼저 오는 A사 열차를 그냥 보내고 B사 열차를 이용할리 없는 것이다. 수서발 KTX는 상당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결과 일부 승객이 빠져나간 철도공사는 재정이 악화될 것이다. 그러면 기존에 KTX에서 낸 수익을 적자노선 운영으로 돌려 사용했던 것이 어려워진다. 그 결과 적자노선은 폐지될 것이다.
철도 민영화는 안전을 위협한다. 분할 민영화로 여러 회사로 갈라져 내부의 긴밀한 정보 교류가 어려워지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선로 등 시설 부문과 열차 운행 부문을 분리하면 긴급한 상황에서는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 일본, 아르헨티나의 민영 철도에서는 대형 참사들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살펴 본 것처럼 ‘노동조건과는 상관없기 때문에 불법 파업’이라는 정부의 말은 완전 틀렸다. 철도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파업은 당연한 권리다.
'수서발 KTX 요금 10% 인하'도 기만적이다. 수서발 KTX는 기존 KTX 노선보다 짧기 때문에 운영에 드는 비용이 적다. 이후 점차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줄어들면서 KTX 요금으로 자연히 인상될 것이고, KTX에 특실 좌석을 늘려 요금인상을 꾀할 수 있다.

고통 전가의 신호탄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위태로운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염두하고 칼을 빼들었다. 철도 민영화는 향후 공공부문 민영화의 지렛대가 될 것이다. 사기업 부문의 구조조정 압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즉, 이번 철도 파업의 결과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민주노조 운동이 연대 파업의 기풍을 다시금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철도와 같은 공공서비스가 후퇴하면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게 되어 복지 삭감 같은 효과를 낸다. 박근혜 정부는 가스, 전력, 의료, 교육에 대한 민영화도 추진 중이다. 따라서 복지 확대를 바라는 이들은 철도 민영화에도 반대하자.
덧붙여, 철도 민영화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와도 관련 있다. 미친 기후재앙을 낳는 기후변화의 주범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많이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인데, 주로 발전 부문과 건물, 운송 부문에서 많이 나온다. 그중 운송 부문에서 주된 교통수단을 자동차에서 기차와 버스로 대체하면 온실가스를 80% 이상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출처《기후변화와 자본주의》, 조너선 닐 저, 책갈피 출판사) 뜨거워지는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는데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