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0-06 10:42
[189호] 시선 셋 - “내게 인사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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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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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인사한 건가요?”
‘인연’편집위원회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WP)지에는 하버드의 청소・경비・기술 노동자를 대변・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레시프라서치 이펙트(Reciprocity Effect)’가 설립되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단체를 설립한 사람은 올해 5월 하버드를 졸업하는 레한 스태턴이라는 학생이다.
WP에 따르면 스테턴은 지난해 1월, 학교에서 우연히 한 청소부와 대화를 나눈 뒤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스텐턴은 그가 인사를 건네자, 아무런 반응이 없던 청소부가 한참 뒤 “죄송하다”며 학생들은 (내 얼굴이 아닌) 벽을 보면서 말하곤 해서 내게 인사를 한 줄 몰랐다.“고 답했다고 한다. 스텐턴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가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화제가 되었던 학생이다.
스텐턴은 청소부와의 대화 이후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은 돈으로 선불카드 100장을 사서 감사의 뜻을 담은 자필메모와 카드를 노동자들에게 전달하며 그들의 고충을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는 노동자들에게 감사메시지와 선불카드를 전하는 ‘땡큐 카드 캠페인’을 진행하여 하버드 학생 250명이 참여를 이끌어내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은 자발적 모금을 진행해 7만달러(약 9200만원)을 모으로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5만달러(약 6500만원)을 기부받아 비영리단체(NPO)를 설립한 것이다.
스태턴은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전기도 끊기는 등 어린시절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는 쓰레기 수거일을 해야 했지만 주변의 격려와 도움에 공부를 계속하여 2020년 하버드 로스쿨에 진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태턴은 “다른 사람들이 날 위해 나서지 않았다면 오늘날 나는 이곳에 없었다. 내가 받은 선행의 대가를 타인에게 베풀 것”이라며 로펌에 입사한 뒤에도 NPO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5월초 인천의 한 공립초등학교가 위탁급식을 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급식 조리사들 신규채용이 어려워지면서 위탁급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지난 4월 학교 급식시설의 환경개선을 요구하며 급식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학교급식종사자 대상 17개 시도교육청이 진행한 폐CT검진 결과 페암의심환자 발병률이 30%가 넘는다.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과 수산화나트륨이 가미된 세제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환기시설에 개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내용이다. 거기다 매일 무거운 것을 들다보니 허리와 무릎, 손가락 관절까지 정형외과 질환은 모두가 안고 있다고 한다. 급식노동자들은 학교급식실은 산재백화점으로 부른다.
노동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퇴사자는 많고 신규채용도 어려워진다. 최근 학교급식 종사자중 퇴직한 사람들중 자발적 퇴사자는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는 67.7%가 자발적 퇴사자이며, 세종시는 84.8%라고 한다. 거기다 더 놀라운 것은 입사 6개월 이내 퇴사자 비율이 36.6%에 이른다는 것이다.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중에 K-급식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인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집밥보다 학교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이니 분명히 한국의 학교급식은 그동안 많은 발전을 해왔다. 질높은 학교급식에는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아이들을 생각하는 급식노동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좋은 급식은 좋은 노동에서 나온다. 좋은 급식이 지속되려면 시설개선과 함께 급식노동자들에 대한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
스텐턴처럼 NPO를 만들지는 못해도 감사 인사는 전할 수 있지 않을까? K-급식 영국편에서 급식후 쉬고있는 조리사분들에게 학생들이 감사 인사를 하자 감격해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출연자중 한분이 한국에서 받아보지 못한 인사를 여기 영국에 와서 받아본다고 했다. 내 몸에 들어와 피와 살이 되고 삶의 동력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분들의 노력에 감사의 마음부터 전해보자. 인권과 연대는 멀리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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