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4-01 14:35
[183호] 시선 하나 -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일하고 싶습니다”
 글쓴이 : 사무국
조회 : 401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일하고 싶습니다”

이산하


안녕하세요, 이산하입니다.
저는 ubc울산방송에 2015년 12월 입사해, 기상캐스터, 뉴스앵커, 라디오DJ, 취재기자, 리포터, 영어아나운서, 주말당직, 아카데미진행 등 거의 모든 방송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4월 2일, 5년 4개월 동안 일했던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명확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했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해고통지서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근로자성을 인정해 2021년 11월 15일 7개월 만에 복직을 했지만, 회사는 여전히 너가 일반직원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차별은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복직 첫날, 가장 먼저 마주한 현실은 소지품 검사였고, 회사가 제시했던 근로계약서는 하루 4시간 단시간 근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거나 적격성이 부족하면 계약해지 등 독소조항이 담긴 차별계약서였습니다. 제가 가진 능력이나 회사가 가진 기대치를 봤을 때, 최저시급만 안 주면 된다며 지금까지도 일방적으로 회사에서 책정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고, 이것이 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대우라며 모욕감을 줬습니다.

2022년 12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확정판결을 받고도 9년째 근로계약서는 단 한 장도 작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부당한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괴롭힘과 고립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규직도 무기 계약직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라며 노조 가입은 거절당했고, 3년 전 부당해고 과정에서 저를 괴롭혔던 팀장은 여전히 팀장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라디오뉴스를 폐지했고, 12월에는 하나 남았던 날씨 방송마저도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1월 5일, 이전 업무와는 무관한 편집요원으로 일방적인 부당인사발령을 내려 퇴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8년간 제가 했던 모든 방송 업무들과 경력들은 무시한 ‘편집요원 신규 근로계약서’를 제시했고, 여전히 6시간 단시간 근무에 휴게시간은 30분이라 다른 직원들과 식사시간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회사는 제가 직원이기 때문에 취업규칙에 따라 업무 지시나 변경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지만, 주 5일 40시간 근무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3년째 단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급여를 줄여서 생활을 힘들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 식사시간을 주지 않거나 거짓 소문을 퍼뜨려 점점 더 고립을 시키고, 이제는 방송 일마저 빼앗았습니다. 3년 전, 해고를 당할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을 하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무늬만 프리랜서일 때는 정규직처럼 온갖 방송업무를 다 시키더니 근로자로 인정받은 지금은 ‘너 자리는 없다’고만 말합니다. ‘자질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너랑 일하기 싫어한다’ 등의 말로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이것이 공정과 정의를 말하는 방송사에서 2024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입니다. 부끄러움 없이 법적 취지를 거스르고,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라’, ‘편집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인사위원회를 열어 또 해고할 수 있다’라는 보복성 갑질에 1월 15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고, 온전한 노동자성 인정을 위해 다시 한번 용기를 냈습니다.

지난 3월 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ubc울산방송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울산지역 언론기자들에게 취재요청 보도 자료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기자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3월 13일에는 ubc울산방송 노동탄압 규탄 집회를 했지만, 울산지역 언론사 그 어느 곳에서도 다루어주지 않았습니다. 대형 방송사를 상대로 한 개인이 싸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실은, 생각보다 더 힘이 듭니다. 온갖 사회정의를 외치고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다루는 TV 뒤편에서 일어나는 갑질과 괴롭힘은 그 아무 곳에서도 다루어주지 않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도, 경직된 방송 현장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말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당한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가 더 이상 좋아하는 방송 일을 하지 못할까 봐 참고 버티는 것입니다. 실제로 방송 비정규직들이 하나둘씩 근로자성을 인정받자 방송국에서는 또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지만,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하기는커녕 법적 취지를 거스르고 ‘단시간 근로자도 근로자다’라는 억지 주장을 내세우고 부당전보로 퇴사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과오를 드러내는 일이 저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방송국은 정의를 말하는 곳이고, 저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매일 매일이 고통스럽고 끔찍하지만, 바른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산하 님은 ubc울산방송으로부터 부당해고 당한 후 법원에서 근로자성 인정받아 복직했지만, 부당전보, 갑질, 괴롭힘 등으로 퇴사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온전한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차별 없는 노동을 요구하며 매주 화요일 오전 울산시청 앞에서 출근길 1인 시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