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6 13:30
[56호] 이달의 인권도서
 글쓴이 : 섬균
조회 : 9,297  

블루드레스
- 법과 삶의 기묘한 연금술 -

알비 삭스 지음 / 김신 옮김 / 일월서각
발제 : 윤경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미국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가 어떤 헌법을 모델로 삼으면 좋겠느냐"는 이집트 언론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2012년에 헌법을 기초한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을 참고할 것이다. 기본 인권을 보장하는 남아공 헌법은 미국 헌법보다 훨씬 훌륭하다."
백인의 흑인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극복하고 탄생한 남아공 헌법은 시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평등과 사회통합의 정신을 강조해,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어느 나라 못지않게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알비 삭스(77)는 아프리카민족회의에 참여해 인종차별에 저항하다 넬슨 만델라 정부가 출범한 뒤 새 헌법을 만드는 데 참여한 남아공의 법학자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의해 수차례 투옥 당한 끝에 해외로 추방됐고 심지어 그들이 보낸 보안요원의 폭탄 테러로 한쪽 팔과 한쪽 눈을 잃고 살아남아 남아공 헌법재판소의 초대 재판관이 된 사람이다. <블루 드레스>는 남아공 새 헌법의 정신이 무엇인지, 남아공 헌법재판소는 남아공의 인권과 민주주의, 사회 통합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를 삭스가 자신과 동료 재판관의 중요한 결정문 내용과 함께 에세이 형태로 소개한 책이다.

세계적 명판결로 이름을 떨친 남아공 헌법재판소 초대 재판관, 알비 삭스가 말하는 법적 정의란 무엇인가?

그는 반인종차별주의 투사이자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자신의 사적 삶의 경험과 공적 삶의 경험이 법적 추론 속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아있는 법적 정의가 무엇인지를 웅변하고 있다. 남아공은 약 150년간의 노예제도와 300년간의 식민체제에 이어 1948년에서 1994년까지 반세기에 거쳐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었다.

1994년 남아공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적 선거가 실시되고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될 당시만 해도 국제사회는 남아공이 헌법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나라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하였다. 그러나 남아공은 국제사회의 예상과는 달리 인간존엄성, 자유와 평등, 정의에 관한 한 가장 진보적 사고가 굳건히 뿌리내리고 있는 사회가 되었다.

알비 삭스는 책에서 이런 기적을 이룩한 남아공 인으로서의 무한한 자긍심을 곳곳에 드러낸다. 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의 뛰어난 통찰력과 남아공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경험한 직감력으로 남아공이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어떻게 세계역사상 가장 평화적이고 진보적으로 과거청산과 입헌민주주의, 사법정의, 다문화공동체를 형성해 낼 수 있었는지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아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하에서 자행된 국가적 테러의 진실 규명을 위해 설치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빵의 권리’ 또한 ‘자유의 권리’와 함께 기본권에 속한 것임을 적시한 집 없는 사람들의 권리와 냉정한 재판관이지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에이즈 감염인의 권리를 다룬 판결, 그리고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동성 간 혼인할 권리를 다른 ‘포리에 사건’에 대한 판결 등은 보통 사람들에게 헌법의 언어가 어떠해야 하는지, 재판관으로서의 책무가 어떤 것인지를 일깨우고 있다.

[책 속으로]
? 남아공 진실과 화해위원회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고문재현을 요구하며 한말, “어떻 게 사람이 사람에게 그와 같이 할 수 있지요?” 이 말을 듣고 가해자는 눈물을 흘리고 사면을 받는다. 저자는 이 같은 것을 관대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54-55

? 테러분자의 미국 이송과 사형에 관하여,
(남아공)헌법재판소는 권리장전이 국가에 부여하고 있는 적극적 의무, 즉 권리장전 속 의 모든 권리를 보호하고, 촉진하고, 충족시킬 의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품으로 오는 꽃제비 9명도 돌려보내 버리지 않는가! 모든 사람의 생명권 을 보호해야할 국가의 의무가 지켜지고 있는가! 72

? 헌법국가는 거짓을 철저하게 배척한다..... 국가라는 체제 속에서 시민과 정부를 하나로 묶는 신뢰의 핵심요소이다. 과연 우리는 지난대선에서 벌어진 국정원개입을 문제삼을 것인가, 현재 정부의 무심함을 주인으로서 지적할 것인가? 84

? ‘진실과화해위원회’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직, 그러나 우리는 남아공처럼 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5공청문회를 계속하지 못한걸까
시민단체들이 요구했던 공개성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수있었던 핵심요소......수백 만의 시청자와 독자들의 눈앞에서 거대하고 강력한 드라마가 상영되었다.....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을 스스로 에게 물었다. 그리고 반드시 했어야했던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124-125

? 발견의 3대 장소: 침대, 욕조, 버스 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