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7-01 11:25
[198호] 이달의 인권도서 -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이야기 / 임주영 저 / 민들레북 2024
 글쓴이 :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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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인권도서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는 경제이야기

임주영 저 / 민들레북 2024 / 정리 : 최귀선



저자는 채권과 외환 등 자본시장의 첨병인 금융시장에서 25년 이상 근무하며 자본이 아닌 사람이 행복해져야 한다는 경제철학을 지니고, 올바른 경제 성장을 염원하며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냉철한 비판과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고민하는 경제 칼럼니스트입니다.

이 책은 2024년 1월 15일 초판 발행으로 4월 총선을 겨냥한 듯합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던 꿈같은 시절에서 한순간 후진국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을 제대로 성찰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들, 이해할 수 없는 경제정책,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사안, 심상치 않은 세계 동향 등 바로 알아야 할 경제문제를 절박한 마음으로 풀어냈다고, ‘정치가 밥 먹여 줍니다’를 외치며 투기 대신 투표를 잘하는 것이 잘사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고한 칼럼을 보충하고 엮은 본문은 꼭지들이 각각 다른 것 같지만 모두 나의 삶과 직결되는 진짜 경제 이야기이므로 정독을 권합니다. ‘인연’ 지면에는 휴리스틱의 오류를 걷어내고, 깊이 박힌 오해를 뽑아내고 싶었다는 그래야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함께 잘사는 길로 갈 수 있다고 믿은 저자의 “대한민국에선 브렉시트같은 결정이 절대 있어서는 안됩니다.” 절박한 외침을 전하고자 서문의 브렉시트와 휴리스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브렉시트는 2016년 6월 23일 영국이 국민의 의견을 물어 EU 탈퇴를 결정. 유럽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전면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그 결과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쳤고 GDP가 2022년 2분기까지 5.5%나 감소, 금융회사 430여개, 금융자산 무려 1조 파운드(약 1,600조 원)가 영국 밖으로 유출, 자유무역 포기의 대가로 관세는 더 높아졌고, 이주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증가하여 40년 만에 깨어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 한마디로 ‘브렉시트’가 선봉에서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이끌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영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아둔하고 바보 같은 결정으로 브렉시트를 꼽습니다.

그런데 EU 탈퇴를 결정한 당일, 영국 국민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문장이 “What does it mean to leave the EU?(EU 탈퇴가 무슨 뜻이지?)였다는 것, 그날 영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색창에 이 문장을 입력했다는 것, 결국 브렉시트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EU 탈퇴에 투표했다는 뜻인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커너먼은 사람의 생각에는 ‘깊이 생각하기’와 ‘대충 생각하기’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사람은 본능적으로 ‘대충 생각하기’ 시스템을 선호하므로 사람들의 선택은 틀리기 십상이고 결정도 엉망진창으로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다 ‘대충 생각하기’라도 생각은 해야 하므로 세상 모든 일을 다 생각해서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

고 뇌에도 휴식이 필요하므로 뇌는 생존을 위해 생각의 과정을 건너뛰고 대충 찍는 걸 선호하는데 뇌의 이런 습관을 행동경제학에서는 ‘휴리스틱’이라 합니다. 우리 뇌는 골치 아픈 문제와 대면하게 되면 대충 결정하고 도망가 버리는 ‘휴리스틱’이 작동합니다.
이달의 인권도서


영국 국민의 브렉시트 결정도 오랜 기간 대처리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로 경제 불평등은 커졌고 서민의 삶도 피폐해졌는데 보수 세력은 서민이 가난한 이유를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와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선동했습니다. 서민이 궁핍해진 이유는 40년 넘도록 신자유주의가 영국을 집어삼키면서 부자들이 거의 모든 돈을 긁어갔기 때문이지 난민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중요하지 않고 EU를 탈퇴하면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의 이주를 막을 수 있고 그들로부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선동이 ‘깊이 생각하기’ 시스템을 차단하고 ‘휴리스틱’이 작동해, 반대의 정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확증 편향으로 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더 키워 결국 영국 국민 스스로 브렉시트를 결정했습니다.
영국 국민이 바보들이라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닙니다. 언론의 경제 기사는 시험공부한다는 각오로 읽어내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난이도 있는데 당시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매체의 발행 부수가 잔류를 희망하는 매체에 비해 4~5배나 많았다는 영국의 언론 환경을 감안하면, 결정 배경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언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진보,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 보수 정당과 보수언론은 어김없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경제 위기, 경제 불황을 겪고 있다고 공격합니다. 그런 이야기만 듣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대한민국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베네수엘라'가 될 것 같습니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골적으로 정파성을 드러내며 입맛에 맞는 데이터만 골라내 침소봉대하거나 왜곡 해석하며 경제 위기론을 퍼트리고, 선정적인 헤드라인은 사람들의 불안을 부추깁니다.
경제에는 사람 심리가 들어갑니다. 언론에서 주야장천 위기라고 기사를 쏟아내면 실제론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진짜로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자기실현적 위기’라 하며, 멀쩡하던 경제가 한순간에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중요하고 민감한 경제 이슈들이 많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매우 시급한,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알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파적이고 이념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들이 진실을 가립니다. 숫자나 데이터를 왜곡하고 과장해서 해석합니다. 그 해석을 언론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합니다. 덧칠에 덧칠을 더해 이제는 뭐가 본질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휴리스틱의 빈틈을 파고들어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의 본질을 비튼다면 경제는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습니다. 아니, 뒷걸음치다 한순간에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부족한 점은 개선하고 강점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당장 금전적인 수익을 가져다주거나 좋은 투자 상품, 투자 전략을 소개하진 않지만, 성장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들을 간절함과 조급함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긴 안목에서 본다면 우리 모두 가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미력하나마 도움은 되리라 믿습니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함께 잘사는 일에 시간을 쓰고 돈을 쓰는 멋지고 당당한 진짜 부자의 모습을 상상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함께 상상하며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2023년까지 정리된 책이라 2024년 상황도 파악하고자 한다면 저자가 출현한 ‘알릴레오북스’ 대선특집 #3 청취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