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12-29 14:52
[108호] 여는 글 - 2017년, 기억해야할 목소리
 글쓴이 : 사무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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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억해야할 목소리

박영철


"촛불 시민은 '집회의 자유' 행사를 통한 모범적인 인권신장에 기여했습니다." 지난 6일 독일의 에버트 인권상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이유입니다.
촛불시민 1700만 명은 20차례 이어진 집회를 평화적으로 이끌며 타락한 정권을 끌어내렸으며, 기필코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습니다.
80년 광주, 87년 6월 항쟁에 이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나섰던 1700 만 촛불시민들의 기억은 아마도 2017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가슴과 가슴에 벅찬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우리의 인권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적폐는 말 그대로 켜켜이 쌓인 자신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온 갖가지 방안을 동원하며 저항하고 반전을 모색할 것입니다. 끊임없이 개혁세력을 흔들고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반격의 계기로 만들고자 할 것입니다. 아니 그들의 반격이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우리의 일상은 어떻습니까? 삶의 기준으로 작동되어왔던 기존의 가치관과 권위적인 관계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사회에 남아있는 수많은 반인권적 행태는 언제나처럼 당연시되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촛불시민들의 함성으로 열었던 2017년이 어느덧 저물어갑니다.
이맘때가 되면 다수의 매체들이 <올해의 뉴스>를 선정하며 한해를 되돌아보는 기획들을 게재하곤 합니다. 인권의 기준으로 <울산, 올해의 뉴스>를 선정하면 아마도 '혐오'와 '차별'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오랜 세월 지속되어왔지만, 올 한해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보수 기독교를 비롯한 혐오세력은 '종북'에서 '동성애'로 표적을 바꿔달고 소위 '사상검증' 하듯이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상식이하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울산의 경우 지난 6월「군형법 92조의 6(추행죄) 폐지」에 대한 일부 보수 기독교의 반발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이 발의한 「군형법」 개정안에 울산의 김종훈, 윤종오 국회의원이 동의하자 이에 대한 항의가 거세게 일어난 겁니다. 이들은「군형법」개정안의 내용을 왜곡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김종훈, 윤종오 국회의원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을 가해왔습니다. 급기야 울산인권운동연대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긴급간담회를 요청하며 소위 '혐오'발언에 대한 대응에 나섰습니다.
「울산시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7월 24일에 개최되었던「울산시학생인권조례」공청회에서는 조례의 조문에 대한 논쟁이 아닌 근거 없는 선동과 비방,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만이 난무했던 '야만' 그 자체였습니다.
동원된 사람들을 부추기며 차별을 선동하는 이들의 광기어린 ‘혐오표현’이 ‘종북’을 목 놓아 외치던 바로 그들과 왜그리도 닮아 있는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촛불이후 분명 세상은 변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아직은 그대로인 세상입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더욱 엄혹한 상황을 강요하고 있기도 합니다.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는 반인권적 현실에 맞선 이들의 투쟁이 2017년에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투쟁을 기억하고 연대해야합니다. 다시 확인하지만 인권은 "지금! 여기서! 누구나!" 누려야 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더 많은 인권을 외치고 우리 사회 모든 낡은 것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 박영철 님은 울산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입니다.